2022. 9. 24. 17:43ㆍ카테고리 없음
오늘은 정글에서의 6일차 일정 중에 있으며, 토요일임에도 다들 열심히 알고리즘 문제를 풀고 있다. (어떻게 한 명도 열심히 안 하는 사람이 없지???) 그리고 나의 생일이기도 하다.
에세이를 내는 과제가 있지만, 나의 과거를 돌아보면서, 나를 잘 이해하고 배수진을 치고 선택한 길에서 후회없이 열정을 다 쏟아보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글을 쓴다.
- 고등학생 시절
사실 고등학생 때부터 취직하기까지 나는 컴퓨터프로그래밍과 전혀 상관 없는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배우는 속도에 비해 프로그램 개발 속도가 훨씬 더 빠를 것이므로, 이런 일은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나는 경영만 할 줄 알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책상에서 하는 공부를 질리도록 했기 때문에 더 이상 공부를 빡세게 하기 싫었다 (ㅡ_ㅡ... 지금 생각해도 어이 없음)
입시를 나름 잘 성공하고 나니, 이제는 좀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싶다는 이상한 심리가 있었다.
- 대학생 시절
그러던 중, 대학교에 입학해서는 경영과 전략이라는 두 키워드에 꽂혀, 경영 학회에 들어가서 여러 기업들의 고민거리를 해결해주는 프로젝트를 하느라, 일주일에 세번 정도 밤을 새면서 지냈다. 집에서는 경제적 지원을 아예 받지 않고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주말에는 학원 강사 활동, 주중에는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살았다. 공부만 하고 살다가 이것저것 해보고 내가 주도적으로 현금을 채굴(?)하면서 사는 삶이 좋았고, 경영, 전략이 예전부터 멋있게 느껴졌는데 학회 내에서도 열심히 하면서 인정 받으면서 자존감이 마구 올라갔다. 남들이 용돈 받을 때, 나는 하드코어하게 고생하면서 무엇인가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이 굉장히 좋았고, 여기까지 나의 인생은 정해져있는 줄 알았다.
- 회사원 생활
그러다가 들어간 기업에서는 나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정말 치열하게 다녔다. 사원 주제에 당당하게 행동했고 내가 맡고 있는 브랜드의 매출과 손익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key-man으로 나름, 성장했다. 어쩌다가 직급이 높은 과장/차장급들을 논리적으로 설득시키고, 마치 내가 이 브랜드를 사업하는 대표인 것처럼 행동했다. (내가 맡은 포지션의 성격이 그러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대리로 진급하면서 회사 내의 모든 시스템을 알게 되었고 내가 쌓아온 노하우는 정점이 되었다. 1년에 300억 정도 매출을 내는 브랜드에서 내가 추가적으로 창출한 추가매출을 산술계산해보니 30~40억 정도 되었다. 4년간 정말 치열하게 열심히 살았다.
-퇴사 계기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패션회사 조차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박하게 깨달았다. 아직까지도 백화점 팀장에게 영업하고 자리에서 쫓겨나지 않게 굽신거리고 어쩌다가 요행처럼 찾아오는 트렌드의 물결이 우리 브랜드와 관련될 것이라고 기도하는 기도메타는 심각하게 구리다.
온라인 및 모바일 커머스가 중요해진 것을 넘어서 앞으로는 패션회사들은 가상세계(메타버스)에서의 선점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될 것이다. 또한 풀필먼트 시스템을 구축하여 배송을 최적화하면서 고객들에게 조금의 가치라도 더 인식시키려고 노력하는 이러한 치열한 시장에서 우리 회사는 어찌... 뭔가 보여주는 액션이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회사의 시스템을 완벽하게 알게된 나는 10년 전과 지금이 전혀 달라진 점이 없다는 것을 보고 충격 받았고, 1조 이상의 매출을 내는 이렇게 큰 회사가 이렇게 운영을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놀라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더 이상 내가 성장하는 느낌이 들지 않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예전에 경영진(매우 높은)과 독대하는 자리가 생겼는데 엑셀을 못 하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현재 어린 친구들이 의무교육으로 코딩을 배우기 시작한다는데, 내가 나중에 나이들고 이 친구들이 내 나이가 되었을 때 나를 보면 이런 감정을 느낄까 생각이 들었다.
-SW사관학교 정글 준비
작년 12월 매우 답답하던 마음에 학회 선배를 만나는 자리가 있었고 그 선배는 Defi, NTF 등 사업을 하고 계셨는데 무엇보다도 혼자 독학하여 사업을 구상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이 굉장히 멋있게 보였다. 나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점점 사회에 쓸모 없는 사람이 되겠지만, 그 형님은 뭔가 달랐다. 그 형님은 항해99를 적극 추천해주셨다.
"내가 너라면 내일이라도 퇴사한다" 라는 말을 듣자마자 퇴사욕구가 바로 들었고, 오프라인에서 더 집중하고 싶은 마음에 항해99보다는 정글을 선택하게 되었다. (정말 잘한 선택 같음 👍🏻)
내가 다녔던 회사는 패션 회사 중에서는 연봉이 제일 높은 회사 중 하나여서, 대리로 진급하니 나름 연봉이 높았다. 심지어 주말에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계속 병행했는데 (이제와서 밝히는 나름 투잡...) 퇴사를 결정하고 부트캠프에 들어간다는 것은 기회비용이 정말 크긴 했지만, 무언가를 놓아야 새로운 것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신념으로 과감히 선택했다.
물론, 전 직장의 불만족 때문에 개발자를 "찍먹" 느낌으로 선택한 것은 아니다.
- 다른 직군에 비해 비교적 실력에 따라, 우대받는 직업이고,
- 이과 출신에 논리적인 것을 좋아하는 내 성향과 정말 맞아보였다. (*의류학과랑 패션디자인과는 다름)
(지금 알고리즘 문제 풀면서 희열 느끼고 있는 나를 보면 메타인지가 잘 되어있는 것 같음) - 그리고, 개발 공부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내가 공부해야한다면 전문적으로 공부해서 업으로 삼는 게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32살까지 나이제한이 있어서 딱 거기에 맞는 나는 6월 말 정도 맞춰서 퇴사를 하였고, 7월 말부터 8월에 있는 서류전형, 입학시험 준비를 시작하였고, 아무 코딩 베이스가 없는 상태에서 눈물을 머금고 몸으로 직접 부딪쳐 운 좋게도 합격하게 되었다. (떨어졌으면 진짜... 우울했을 뻔 했다 ㅜㅜ)
-정글에서의 삶
이곳에 와서 정말 놀란 것은 나 같은 사람으로 쫙 채워져 있다는 것이다. 예전부터 나는 친구들에게 굉장히 독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내가 생각해도 좀 독하고 깡다구 있음) 진짜 이 친구들은 뭐지??? 싶을 정도로 진짜 독한 것 같다. 다들 잠이 없나? 수면욕, 식욕 등의 1차적, 생리적 욕구 마저 열정으로 무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곳의 최연장자로서, 어린 동생들에게 굉장히 많이 배워가는 것 같다. 이렇게 훌륭한 동료들과 같이 묶어 놓으니 열심히 안 할 수가 있겠냐고... 😵💫
일단 정글에 들어오기전 밤낮이 바뀌고 술자리 좋아하느라 의지가 약했던 나의 모습이 180도 바뀌었다. 예전에 비슷한 경험을 했을 때가 학회에서의 활동이다. 정말 훌륭한 사람들을 모아놓으니 나도 같이 따라가더라.
팀 스파르타 대표님이 하시는 말씀이 이 커리큘럼만 뒤쳐지지 않고 잘 따라가도 성공할 것이라고 한다. 내가 이해하기로는 마치 마라톤을 뛰는 것처럼 상승 곡선 주변에 위치하는 여러 학생들의 분포가 형성하는 band에만 이탈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5개월 뒤 원하는 모습
현재 나는 이제 막 태어났다. 정글에 들어와보니 개발 백그라운드가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나 혼자 무모할 정도로 백지상태이다. 그래서 5개월 뒤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은 단 하나다.
동료들처럼 능숙해지는 것, 최소 어느 한 부분에서는 동료들 중에서도 제일 잘 하는 분야가 있는 것이다.
정글은 특정 프로그래밍 언어를 잘 다루는 "코더 (내가 이름 붙임)"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사이언스 지식이 겸비되고, 기본기가 있는 g-개발자를 양성한다고 한다. (일명 Google 개발자) 내가 추구하는 바와 너무 잘 맞기 때문에 정말 기대가 된다.
그러기 위해서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의 전문가가 될 예정이다.
정글에서는 딱히, 정해진 강의가 없다. 인터넷검색만 잘 해도 모르는 지식이 없는 정보의 평등 시대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러한 혜택을 내가 제대로 누리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유튜브에 있는 숏츠, 인스타 릴스 등의 짧고 강렬한 동영상에 뇌가 절여져서, 다른 귀찮은 작업을 하기 싫어하도록 성질이 변해버린 것만 같다.
내가 지금 있는 카이스트 문지캠퍼스는 무기력한 나를 바꿔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공간인 것 같다. 진짜 딱 학습하고, 동료와 지식을 공유하고, 성장하는 데에 최적화된 공간이기에 오기 너무 잘한 것 같다.
경쟁을 좋아하는 나는,
이번에는,
동료들과 같이 성장해가고 싶다. 10년이고 20년이고 평생 보게 될 사이라고 생각하기에,
혹시라도 이 글을 보고 있다면 나한테 말을 걸어주길 바란다!
커피 사줄게!
(인스타 맞팔합시다. @bulksup)